내 아들(5살)이 오늘 나에게 물었습니다 : "달에서부터 지구를 잇는 소방관 장대가 있었다면 달에서부터 지구까지 미끄러져 내려오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Ramon Schönborn, 독일
이 계획엔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지구의 표면은 달이 공전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돌아갑니다. 따라서 장대를 지구의 땅에 연결하려 하면 아마 부서질 것입니다.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사실 지구와 달의 거리는 늘 일정하지 않습니다. 달의 공전궤도는 지구-달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도, 늘이기도 합니다. 큰 차이는 아닙니다만 2 3, 한 달에 한 번 지구쪽 장대의 끝 50,000km를 찌그러트릴 수 있기엔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들은 다 제쳐둡시다! 만약 장대의 끝 부분이 지구 표면에 절대 닿지 않게 한 달에 한 번 알아서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마법의 장대가 있다면요? 달에서 지구까지 장대를 타고 내려오는 데에는 얼마가 걸릴까요?
만약 당신이 장대 반대편 달쪽에 서 있다면 답이 명확해집니다 : 당신은 장대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장대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장대를 잡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이 아닌, 장대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사람은 꽤나 빠르게 장대를 오를 수 있습니다. 세계기록 보유자급 장대오르기 선수들은 4챔피언십 대회에서 초당 1m씩 장대를 오를 수 있었습니다. 중력이 더 약한 달에서는 오르기 좀 더 쉬울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우주복을 입어야 하니 오르는 속도가 좀 더 느릴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충분히 높게 장대를 올라갔다면 지구의 중력이 당신을 잡아당기기 시작할겁니다. 당신이 장대에 매달려 있을 때엔 세 가지 힘이 작용합니다 : 지구가 당신을 잡아당기는 중력, 당신을 지구로부터 밀어내는 달의 중력, 그리고 당신을 떼어놓는 흔들리는 장대의 구심력. 5 처음 장대를 오를 때엔 달의 중력과 공전궤도 원심력이 당신을 달로 잡아끌지만, 당신이 지구와 가까워질수록 지구의 중력이 이 힘보다 훨씬 세집니다. 지구는 꽤나 크기때문에 우리가 L1 라그랑쥬 포인트라고 알고있는 이 지점에 도착하게 될겁니다. 그래도 아직 달이랑은 가깝네요.
불행하게도 우주는 꽤나 거대하기 때문에 "가깝다"라는 말조차 엄청 긴 거리가 될겁니다. 당신이 세계기록보다 더 빨리 장대를 오른다고 해도 L1 지점에 도착하기까진 몇 년이 걸립니다.
L1지점에 도착했다면 이제 당신은 등반이 아닌 밀고 미끄러지기로 장대 타는 방법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장대를 딱 한 번 밀면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몸이 멈추길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또는 스케이트보더가 속력을 높이기 위해 땅을 발로 여러번 차는 것 처럼 장대를 밀어 속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L1 지점 부근에 도달해서 중력과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될 때가 되면, 당신의 최고 속도는 당신이 얼마나 빠르게 장대를 잡아 '던지냐'에 달려있게 됩니다. 최고의 야구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손의 속도가 100 mph 정도라고 하니, 우리는 이보다 빠르길 기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메모: 장대를 유영(?)하는 동안 장대로부터 떨어져 표류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생명줄 같은 것들을 챙기셨길 바랍니다.
장대를 다라가며 몇 주가 흐른 후에 지구의 중력이 당신이 장대를 밀고갈 때 보다 더 빠른 속도르 당신을 잡아당김을 느끼게 됩니다. 조심하세요. 이때쯤 되면 당신은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합니다.
지구와 가까워지며 중력이 잡아당기는 힘이 점점 증가할 때 당신은 꽤 빨라질 것입니다. 만약 속도를 제어하지 못 한다면 대기권 끝자락에서 거의 탈출속도-11km/s- 6에 다다르게 되고, 공기와의 충돌은 당신을 태워버리기에 충분한 열을 생산합니다. 우주선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을 분산시키고 흡수해 우주선을 태워버리지 않게 하는 열 차폐막을 씌웁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 편리한 금속 장대가 있으니 이 장대를 잡아 마찰력으로 하강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장대의 끝에 와서 속도를 줄이기보다, 전체적인 하강 도중에 속도를 늦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당신의 손과 브레이크패드를 식히기 위해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만약 탈출속도까지 다다르고, 거의 끝에 내려와서야 '속도를 줄이겠다'라고 기억해냈다면 당신은 장대를 잡을 잡을 대 굉장히 불쾌한 놀라움을 느기게 됩니다. 기껏해야 장대에서 튕겨져 나가 지구에 처박혀 죽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엔 당신의 손과 장대의 표면이 접촉하며 아주 흥미로운 새로운 물질(!)이 생성된 후 땅에 처박혀 죽을 겁니다.
당신이 적당한 방법으로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하강했다고 가정한다면, 곧 다음 문제와 마주칩니다 : 장대는 지구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거든요. 심지어 가까이에서도. 당신 아래에 있는 대기와 땅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빠르게 움직입니다. 아마 극도로 센 바람에 휩쓸려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장대의 끝 부분은 지구 전체에 비해선 상당히 느리게 움직이지만, 지구 표면에 비해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장대의 끝이 지면에 비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느냐'는 질문은 '달의 지면속도가 얼마인가'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이걸 계산하긴 상당히 까다로워요. 달의 지면속도는 굉장히 복잡한 방법으로 시간에 걸쳐서 변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변화량이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3월 1일 기준으로 390~450m/s 정도- 그러니 정확한 수치는 필요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시간을 좀 들여서 계산해봅시다.
달의 표면속력은 사인파를 그리며 생각보다 일정하게 변화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적도지방을 지날 때 최고속력을 내고, 회귀선 부근을 지날 때 최저속력에 달합니다. 달의 공전속도 또한 궤도상 달이 얼마나 멀리 혹은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어쨌든 이것은 대략 사인파 모양의 속력그래프를 만듭니다.
그럼, 뛰어내릴 준비 됐나요?
그래, 좋아요. 사실 실제로 달의 지면속도를 늦추기 위해 계산할 수 잇는 또다른 사이클이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축은 태양-지구 평면에 비해 23.5도 기울어져 있지만 달은 5도만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는 일 년에 두 번 태양이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을 지나갈 때에 달의 위도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달의 자전축 또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18.9년 사이클로 회전시킵니다. 달 자전축의 기울어진 방향이 지구의 것과 같은 방향일 때 적도는 태양보다 5도 더 가깝고, 다른 방향일 때엔 위도상 적도보다 약간 위쪽에 닿습니다. 달이 적도와 멀어지면 좀 더 낮은 '표면 속력'을 얻기에 사인 그래프의 최저점은 좀 더 낮아지게 되죠. 여기 이후 수십년간 달의 지면속도 추정 그래프가 있습니다.
달의 최고 속력은 꽤 일정하나, 최저 속력은 18.9년 사이클을 두고 빨라졌다 느려졌다 합니다. 다음에 올 가장 느린 지면속력을 가진 날은 2025년 5월 1일입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2025년 5월 1일까지 기다린다면 지구 표면속력에 비해 390m/s밖에 안 되는 바람을 맞을 수 있습니다.
마침내 당신이 대기권에 진입하게 되면 아마 회귀선 가장자리 부근을 향해 내려가고 있을겁니다. 지구와 자전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불어오는 열대성 제트기류를 피하세요. 장대가 이 부근을 통과한다면 바람의 속력에 50~100m/s 정도가 더해질겁니다.
또한 어디에 내려오든 상관없이 초음속 바람과 마주하게 되고, 몸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비를 입어야 할겁니다. 9바람과 아주 다양한 충격이 격렬히 당신을 때릴 것이기에 장대를 단단히 잡으세요. 사람들은 자주 말합니다. '떨어지는 것 자체가 너를 죽이진 않는다. 다만 끝에서 급격히 멈추는 것이 너를 죽일 뿐입니다.' 라고. 불행히도 이 경우엔 둘 다 해당되겠네요. 10
어느 지점에서, 땅에 닿기 위해 당신은 장대를 놓아야 합니다. 마하 1의 속도로 그대로 땅에 착지하고 싶지 않은 아주 명백한 이유 때문에요. 대신 아직 공기가 희미한 항공기가 다니는 지점까진 적어도 장대를 잡고 있어야 합니다. 기다렸다면, 장대를 놓으세요. 그러면 대기는 당신을 운반해 지구 표면까지 떨어지도록 도와줄겁니다. 그리고 낙하산을 펼 수 있어요.
그리고, 마침내 땅까지 안전하게 내려온다면, 온전히 당신의 힘 만으로 달에서 지구까지 여행을 한 것입니다.
무사히 착륙했다면 장대를 치우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재앙을 일으킬겁니다.
역주1) 원문은 "Professional driver on closed course. Do not attempt." 미국의 각종 자동차 광고에서 자동차가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과장하여 보여주기 위해 찍은 영상에서 하단에 (아주 작게)표시되는 구문입니다. 극지방에서 쌓인 눈 사이로 드리프트를 한다던가, 곡면 레이싱장에서 최고속도를 넘어 주행한다던가 하는 일상생활에서 없을 법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자주 되곤 했습니다.
역주2) 원문은 "That's one large, supremely complicated and unnecessary sliding-and-falling-and-tumbling step for a man, one giant but equally pointless leap for mankind."
이 문장은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한마디인 "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의 패러디입니다.
제가 심심할 때 마다 들리는 xkcd What-if의 최신글입니다. 최근 재미난게 많이 쌓여보여서 번역해보았네요. 아마 블로그 이전하면서 예전에 번역해둔 몇몇 글들을 다듬어서 쭉 올려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원문을 포함하지 않고는 영어권 밈이나 비꼬는 방식을 번역할 수 없어 몇몇은 최대한 글쓴이의 의도에 맞추어 임의대로 번역했습니다.
- 나사의 누군가는 엄청 화내겠죠 [본문으로]
- 좋아, 사실 거짓말이에요. 이 외에도 수백 가지 문제가 있어요. [본문으로]
- 당신은 가끔 달이 지구와 가까워졌을때 뜨는 "슈퍼문"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겁니다. 그러나 사실 달은 지평선 부근에 있을때 정말 크고 아름답습니다. '달 착시' 때문이죠. 제 생각엔 달이 보름달일 때엔 슈퍼문이든 아니든 밖에 나가서 달을 보는 것 자체가 가치있어 보입니다. [본문으로]
- 물론 장대오르기 부문의 세계 신기록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 달의 공전궤도와 그 속도에서 발생하는 원심력은 지구의 중력과 완벽히 균형을 이룹니다. 이것이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이유죠. [본문으로]
- 이는 지구로 떨어지는 모든 것들이 대기권에서 빨리 불타 없어지는 이유입니다. 물체가 우주에서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하더라도 지구와 가까워지면 지구의 중력 우물에 의해 거의 탈출속도까지 가속하게 됩니다. [본문으로]
- 그래, 나도 알아요. 사실 원이 아닌 원추형 단면입니다. 달의 경우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원은 아닙니다. 5각형에 가깝죠. [본문으로]
- 제 말은, 이 문맥에서만 그렇다는 겁니다. 사실 지구의 자전은 우리를 포함한 행성계 대부분에게 행운이에요. [본문으로]
- 공기역학적 기준에서 당신이 입을 수트의 모양은 비행기의 모양과 닮아있을겁니다. [본문으로]
-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초음속 탈출에서 살아남은 사람, 심지어 초음속 비행기 폭발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있습니다. 희망은 있어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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